독점과 세금 인상에 대한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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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집권한지도 1년이 되어 간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처음 집권할 때부터 ‘큰정부’를 말하며 세율 인상을 공공연히 언급했는데,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그리고 세금 인상의 주된 타겟은 기업, 그 중에서도 대기업 집단이다. 그리고 이는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보인다.

작년 12월에는 77개 대기업 집단에 대해 법인세를 3% 인상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처럼 정부의 재원 마련을 위한 세율 인상이 기업에게 집중되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를 등에 업은 탓이다. 다른 요인으로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이용한 정부의 독단으로 보기에는 개별 사안에 대해서도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상이 대중에게 큰 지지를 받는 이유는 당장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있겠지만 이들 기업들이 독점력을 행사하고 소득 양극화 및 시장 교란의 책임을 가진다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가 추가적 재원 마련을 해야 한다는데는 일차적으로 동의하고, 그렇다면 증세도 필연적인데 이는 있는 사람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실제로 부가가치세를 올리는 것보다는 직접세, 직접세 중에서는 소득세보다는 법인세를 증세하는 것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다.

이를 단순히 정부의 얄팍한 표심 잡기의 일환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정말로 단순히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게 아깝다기보다는 그것을 넘어 독점 기업에 추가 과세하는 것이 사회정의에 부합한다는 믿음을 가진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연이어 터지는 재벌 총수 일가의 갑질 스캔들 등도 이런 시각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세금을 ‘나쁜’ 이들에게 처벌하는 수단의 하나로 생각하는 것이다. 재벌 일가와 기업은 분리해야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독점 기업에 대한 반감은 크다.

 

실제로, 이런 목적으로 운용되는 세금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오염물질 배출에 대한 환경세 부담이다. 이는 기업부터 시작해서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는 일반인들에게도 적용된다. 세금을 통해 사회적으로 나쁜 행위에 대한 처벌을 하는 셈이고, 그 재원을 사회적 공해를 해결하는데 사용한다.

독점도 이런 사회적 공해의 하나로 생각한다면 이런 과세 정책은 타당하다. 그러나 독점은 공해와는 좀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독점이 감소하는 방향의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독점 자체에 대해 과세할 수 없기 때문에, 독점력을 행사하는 기업에 대해 과세해야 한다. 하지만 쓰레기의 사례와 달리, 이것이 독점, 혹은 독점의 폐해를 줄일 수 있을까?

독점이 나쁜 이유를 생각해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비싼 물건가격이다. 독점력을 행사하는 기업은 경쟁시장보다 가격을 높인다. 이것은 왜 나쁜가? 높은 시장가격이 나쁜 이유는 거래를 줄이기 때문이다. 경제의 절대적 법칙 중 하나는 자발적 거래는 항상 사회에 이득이 된다는 것이다. 돈과 물건을 바꾸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는 각각 상품을 거래한다. 이는 좋은 일이다. 독점이 나쁜 이유는 독점 기업이 사회 전체의 이득보다는 자신들 기업의 이윤을 극대화 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이고, 그 결과 높은 가격을 책정해 거래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만약 세금을 통해 독점기업을 견제하고자 한다면, 독점 기업은 가격을 더욱 올릴 유인이 커진다. 법인세는 이익에 대해 부과되므로, 기업은 자신의 영업이익을 줄이고 다른 방면의 활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위해 가격을 더욱 높이고 생산을 줄여, 영업이익은 낮추되 감소한 생산을 통해 줄어든 비용을 이용,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활동을 한다. 땅이나 건물을 구입하는 행위가 대표적이다. 결과적으로 거래가 더욱 줄어 사회 후생은 더 감소하게 된다.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것과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생산을 줄인다는 것은 총생산으로 집계하는 경제의 활동이 둔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기업이 생산을 위해 필요한 자본과 노동을 줄인다는 것이다. 기업의 노동 감소는 고용을 둔화시키고, 자본을 필요로하지 않으면 자본시장의 활동을 저해해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감소시킬뿐만 아니라 이자율에 대한 영향으로 경제 정책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게 된다.

 

기업은 세금을 내지 않는 방향의(혹은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활동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는 자체적으로 기업의 자발적 선택을 왜곡함으로써 사회 후생을 감소시킬 유인이 된다. 낮은 세율을 적용받는 활동 중 긍정적인 것은 대표적으로 R&D 투자 등이 있다. 보통 혁신을 증진시키기 위해 많은 정부들은 R&D 투자에 대해서는 세금을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번 정부의 증세 패키지에는 R&D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줄이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는 혁신을 감소시킬 유인이 될 수 있다.

현대 사회의 독점 기업은 대부분 정부의 보장보다는 기술 혁신을 통해 독점력을 얻는다. 규모의 경제를 통한 자연독점의 영역도 점점 더 감소하고 있다. 때문에 현대사회 기업의 경쟁은 시장에서의 동질한 상품에 대한 제조 경쟁이 아니라, 독점력을 획득하기 위한 기술 경쟁인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동태적 관점에서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독점의 인정은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작권이나 특허권의 인정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독점기업의 이윤에 과세하는 것은 이런 혁신을 저해한다.

독점은 물론 나쁘다. 하지만 독점이 강한 시기에 세율을 높이는 것은 오히려 독점의 폐해를 더 크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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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이 버블인지에 대한 몇 가지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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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제로는 여기저기에 글을 쓰기도 하고 해서 약간 조심스럽네요. 중간의 논리가 단계를 뛰어넘는 글이 될까봐…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장황할 것 같고요.

 

어쨌든 버블의 정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버블이란 어떤 상품의 내재적 가치 이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황을 뜻하죠. 결국 비트코인이 버블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그 내재적 가치가 어떤가에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금융자산과 비교할 때 비트코인은 어떤 수익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기술 성장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향후 성장성에 배팅하고 있는 상황이죠.

 

비트코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가치를 측정해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총량은 정해져있으므로, 비트코인 경제의 크기를 추산한다면 화폐수량방정식에 따른 가치 측정이 어느정도 들어맞을 것입니다.

 

MV = PY (통화량*화폐유통속도 = 물가*경제총량)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정해져있으므로 통화량은 고정됩니다. 화폐유통속도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일반 화폐 유통속도를 상정할 수 있겠죠. 비트코인 경제의 크기를 알 수 있다면 비트코인의 가격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그냥 사멸하는 것, 다른 한 가지는 전 세계 화폐를 대체하는 것, 그리고 그 중간에서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특수한 용도’ 중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사례는 해외 송금입니다. 실험적으로, 주인의 취향에 따라 재미로 비트코인을 받는 가게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사용처로는 실상 유일하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암시장입니다. 지하경제의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GDP의 15-20%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실제적 계산을 한 블로그가 있던데, 옮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zhianghyokon.com/blog/2017/9/24/cryptocurrency-value-price-2)

 

 

비트코인 경제 시나리오 규모 (십억 달러) 비트코인 가격 (달러) 시가 총액 (십억 달러)
1. Remittance 827 13,885 278
2. 암시장 2,435 40,891 818
3. 타국간 전자상거래 3,347 56,201 1,124
4. 소매 전자상거래 7,687 129,070 2,581
5. 무역 27,953 469,384 9,388

 

세번째의 비트코인 가격에 주목하시면,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도 결코 크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 이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송금에 한정될 경우의 화폐유통속도, 암시장에서 사용되는 화폐유통속도는 일반적인 화폐에 비해 현저히 느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송금이나 암거래의 빈도와 일반적인 상거래의 빈도를 생각해보면 명백합니다. 그러므로 이렇듯 사용처가 정착된다고 하더라도 비트코인의 가치는 계산만큼 높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송금이나 암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사용되는 것은 조세포탈이나 제도권 은행의 수수료 회피 등의 목적이 크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거래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행되는 경우 거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비트코인이 전 세계적 전자상거래에서 사용되는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는 이상 현재의 가치도 이미 많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나리오에 따른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고찰을 해봤으니, 비트코인이 해당 시나리오를 따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 비트코인을 긍정하는 이들은 금본위제는 지나간지 오래고, 현재는 법화(fiat money)에 대한 신용으로 화폐체계가 돌아간다고 주장합니다. 전적으로 옳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합니다.

 

핵심은 비트코인이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신뢰를 확보하느냐는 것인데, 현재의 비트코인은 지나치게 가격변동폭이 큽니다. 당장은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느냐, 사람들이 이를 결제수단으로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습니다.

 

이는 어떤 집단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는 개별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유명한 짐바브웨 등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짐바브웨는 최근 본드노트라는 화폐를 발행해서 정부가 금본위제와 유사하게 달러와의 1:1 교환을 보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화폐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해당 재화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중요한 셈인데, 이는 시장에서의 역사적 거래 행태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엇갈리는 시각과 투기적인 거래동향은 약간의 마이너스요소가 되겠지만 과도기적 상황을 감안할 때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본질적인 요소는 중앙집중화와 분산화 중 사람들이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분산화된 화폐체계를 더 좋아할수도 있지만 중앙집중화된 체계를 선호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가장 큰 요소는 통화정책입니다. 경기가 침체기에 빠지거나 과열되는 경우 이를 조절하는 가장 훌륭한 정책수단으로는 통화정책이 꼽히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이를 포기함을 뜻합니다.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의 정의상 비트코인이 아니라 다른 어떤 코인이라도 중앙에서 이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의사결정체계 자체가 분산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나이브하게 많은 사람들이 분산화된 의사결정을 좋아할지에 대한 문제로 풀었지만 실은 헤게모니의 문제가 더 클 수 있습니다. 현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가지고 있고, 통화정책을 펼질 수 있는 FRB의 지위를 내놓으려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측면에서 비트코인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경우의 가치도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과정 자체도 매우 험난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이슈가 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니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은행과 정부가 도입하면 송금 분야 등 한정된 용도에서는 빠른 시장 신뢰 구축이 가능하고, 기존의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코인이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비트코인이 버블인지는 그것의 실제적 가치가 어떠하느냐에 달려있으며, 통화로서 퍼블릭 블록체인의 가치는 시장 신뢰에 100% 의존합니다. 저는 개별 시장 참여자의 입장에서 보나, 기존의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정부 및 중앙은행의 관점에서 보나 회의적으로 보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