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버블인지에 대한 몇 가지 단상

1_wcUvboMV9QMScwk_Kmi0Cg.jpeg

 

이 주제로는 여기저기에 글을 쓰기도 하고 해서 약간 조심스럽네요. 중간의 논리가 단계를 뛰어넘는 글이 될까봐… 그렇지 않으면 지나치게 장황할 것 같고요.

 

어쨌든 버블의 정의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버블이란 어떤 상품의 내재적 가치 이상으로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황을 뜻하죠. 결국 비트코인이 버블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그 내재적 가치가 어떤가에 주목해야 합니다.

 

물론 주식이나 채권 등의 금융자산과 비교할 때 비트코인은 어떤 수익을 주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기술 성장주와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향후 성장성에 배팅하고 있는 상황이죠.

 

비트코인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가치를 측정해볼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의 총량은 정해져있으므로, 비트코인 경제의 크기를 추산한다면 화폐수량방정식에 따른 가치 측정이 어느정도 들어맞을 것입니다.

 

MV = PY (통화량*화폐유통속도 = 물가*경제총량)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정해져있으므로 통화량은 고정됩니다. 화폐유통속도는 이견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일반 화폐 유통속도를 상정할 수 있겠죠. 비트코인 경제의 크기를 알 수 있다면 비트코인의 가격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시나리오는 크게 세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그냥 사멸하는 것, 다른 한 가지는 전 세계 화폐를 대체하는 것, 그리고 그 중간에서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는 것입니다.

 

‘특수한 용도’ 중 가장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사례는 해외 송금입니다. 실험적으로, 주인의 취향에 따라 재미로 비트코인을 받는 가게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사용처로는 실상 유일하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사례는 암시장입니다. 지하경제의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GDP의 15-20% 정도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한 실제적 계산을 한 블로그가 있던데, 옮기면 아래와 같습니다. (http://www.zhianghyokon.com/blog/2017/9/24/cryptocurrency-value-price-2)

 

 

비트코인 경제 시나리오 규모 (십억 달러) 비트코인 가격 (달러) 시가 총액 (십억 달러)
1. Remittance 827 13,885 278
2. 암시장 2,435 40,891 818
3. 타국간 전자상거래 3,347 56,201 1,124
4. 소매 전자상거래 7,687 129,070 2,581
5. 무역 27,953 469,384 9,388

 

세번째의 비트코인 가격에 주목하시면, 현재의 비트코인 가격도 결코 크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전 이와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송금에 한정될 경우의 화폐유통속도, 암시장에서 사용되는 화폐유통속도는 일반적인 화폐에 비해 현저히 느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송금이나 암거래의 빈도와 일반적인 상거래의 빈도를 생각해보면 명백합니다. 그러므로 이렇듯 사용처가 정착된다고 하더라도 비트코인의 가치는 계산만큼 높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송금이나 암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사용되는 것은 조세포탈이나 제도권 은행의 수수료 회피 등의 목적이 크기 때문에 규모가 커질수록 거래비용이 증가할 수 있으며, 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시행되는 경우 거래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때문에, 비트코인이 전 세계적 전자상거래에서 사용되는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는 이상 현재의 가치도 이미 많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나리오에 따른 비트코인의 가치에 대한 고찰을 해봤으니, 비트코인이 해당 시나리오를 따를 수 있을지에 대한 이론적인 논의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대부분 비트코인을 긍정하는 이들은 금본위제는 지나간지 오래고, 현재는 법화(fiat money)에 대한 신용으로 화폐체계가 돌아간다고 주장합니다. 전적으로 옳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트코인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두고 봐야 합니다.

 

핵심은 비트코인이 지급결제수단으로서의 신뢰를 확보하느냐는 것인데, 현재의 비트코인은 지나치게 가격변동폭이 큽니다. 당장은 지급결제 수단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안정화될 수 있느냐, 사람들이 이를 결제수단으로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남습니다.

 

이는 어떤 집단이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지정한다고 해서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는 개별 시장 참여자들의 의사가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하이퍼인플레이션으로 유명한 짐바브웨 등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좋은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짐바브웨는 최근 본드노트라는 화폐를 발행해서 정부가 금본위제와 유사하게 달러와의 1:1 교환을 보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화폐는 극심한 인플레이션을 겪고 있으며 시장에서 통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해당 재화에 대한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중요한 셈인데, 이는 시장에서의 역사적 거래 행태가 영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비트코인에 대한 엇갈리는 시각과 투기적인 거래동향은 약간의 마이너스요소가 되겠지만 과도기적 상황을 감안할 때 비관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본질적인 요소는 중앙집중화와 분산화 중 사람들이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에 대한 의문입니다. 분산화된 화폐체계를 더 좋아할수도 있지만 중앙집중화된 체계를 선호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가장 큰 요소는 통화정책입니다. 경기가 침체기에 빠지거나 과열되는 경우 이를 조절하는 가장 훌륭한 정책수단으로는 통화정책이 꼽히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는 것은 이를 포기함을 뜻합니다. 통화량을 조절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블록체인의 정의상 비트코인이 아니라 다른 어떤 코인이라도 중앙에서 이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의사결정체계 자체가 분산화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나이브하게 많은 사람들이 분산화된 의사결정을 좋아할지에 대한 문제로 풀었지만 실은 헤게모니의 문제가 더 클 수 있습니다. 현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가지고 있고, 통화정책을 펼질 수 있는 FRB의 지위를 내놓으려하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런 측면에서 비트코인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을 경우의 가치도 크지 않다고 생각하고, 시장의 신뢰를 얻는 과정 자체도 매우 험난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이슈가 되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니라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은행과 정부가 도입하면 송금 분야 등 한정된 용도에서는 빠른 시장 신뢰 구축이 가능하고, 기존의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코인이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이러니저러니해도, 비트코인이 버블인지는 그것의 실제적 가치가 어떠하느냐에 달려있으며, 통화로서 퍼블릭 블록체인의 가치는 시장 신뢰에 100% 의존합니다. 저는 개별 시장 참여자의 입장에서 보나, 기존의 컨트롤러를 잡고 있는 정부 및 중앙은행의 관점에서 보나 회의적으로 보게 되네요.

Advertisements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