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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라는 재화에 대한 단상

오랜 기간 광고업계에 종사해 제일기획 부사장까지 지냈던 최인아 씨는 책방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조선일보에 칼럼을 쓰고 있는데 이번에는 서점의 도서관화에 대한 글이 올라왔다. 특별히 새로운 주장은 없지만 ‘책방은 도서관이 아니다’ 라는 입장을 잘 나타낸 간결한 글이다.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된 주제인만큼 지겨운 감도 없지 않다. 하지만 도서정책에 대해서는 항상 여러 이견이 존재하는만큼 책이라는 재화 자체에 대해 한 번 살펴보자. 어떤 정책의 당위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재화의 특징에 대해 알아야하기 때문이다.

책은 예로부터 마음의 양식, 지식의 보고 등으로 불리며 장려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져왔다. 경제학적으로 말하자면 긍정적 외부효과를 불러오는 재화라고 볼 수 있다. 의료백신 등을 예로 들면 이해하기 쉽다. 백신은 본인이 병에 걸리는 것도 막아주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백신이 보급된다면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사람도 병을 피할 수 있게 한다. 이렇듯 구매하는 개인이 얻는 효용 외에 부가적인 가치를 사회적으로 창출한다면 그것이 긍정적 외부효과이다.

책의 종류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일반적으로 책, 지식의 융성이 사회 전체적 인적 자본 축적에 기여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공공도서관이 많이 존재하는 것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책이 가지는 긍정적 외부효과에 기인한다.

 

또 한 가지 고려할 특징은 책이 경험재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경험재는 탐색재와 함께 살펴보자. 탐색재는 구입 시 잠깐 살펴보는 것으로 가치를 알 수 있는 물건이다. 탐색에 걸리는 시간의 차이 및 정확도 등 경계는 다소 모호할 수 있으나 구입 전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경험재는 구입하고 사용한 뒤에야 가치를 알 수 있는 물건이다. 주로 중고차나 1회성의 공연 등을 사례로 든다.

책은 둘의 사이에 있지만 경험재에 가깝지 않나싶다. 강연, 공연, 영화 등과 그 특징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많은 경험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잠재적 구매자들에게 신호(signal)를 보낸다. 브랜드 가치나 명성,광고 등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소비자들은 기업이 합리적이므로 신뢰를 잃고싶지 않다면 그간 쌓아온 브랜드 가치에 걸맞는, 쏟은 광고비에 걸맞는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 물건을 구입하고 기업 또한 실제로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책과 가장 흡사한 영화/공연 등의 콘텐츠는 티저 영상이나 소개 팸플릿을 제작하거나 주연배우, 감독 등을 내세워 광고를 한다. 따라붙는 평론가들과 사전 시사회 방청자들의 평은 덤이다. 책보다 더 재화에 대한 접근을 차단할 수 밖에 없는 영화 및 공연 등의 콘텐츠가 이런 노력을 경주하는 것은 주목할만 하다.

물론 책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상대적으로 영화나 공연에 비해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이 적다. 또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의 수도 영화감독, 배우, 공연 기술자 등에 비해 무척 많다. 이렇듯 쉬운 제작 때문에 너무 많은 종류의 책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케팅을 통한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별도의 체험판을 제공하거나 부가적 정보를 만들어내기보다는 간단하게 넘겨봄으로써 확인하게 하는 전시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 두 가지 조합의 결과는 어떤가? 책은 쉽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장려되어야 한다는 논지와 더불어 구매 이전 정보를 충분히 제공해야 판매하기 쉽다는 논리가 결합되어 판매와 체험이 너무나 구분하기 힘들어졌다. 읽을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면 문화적 저변이 형성되어 책의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너무나 나이브한 이야기이다. 직접적인 데이터상의 상관관계도 뒷받침되지 않거니와 효과가 단기간에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독서 기회의 장려는 기업이 나서서 할 일이 아니다. 외부효과로 인한 시장실패는 정부가 교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이미 운영되고 있는 공공도서관에 대한 홍보 등으로 대체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대형 서점이 독서 기회를 장려하며 고통은 출판사에도 전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네 서점은 더욱 위축되는 결과를 낳는다. 그야말로 생색은 대형서점이 내고 부담은 다른 쪽이 나눠 지는 형국이다.

 

책에 대한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은 단순히 책에 대한 탐색 기회를 높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없다. 개별 개인의 책에 대한 선호가 떨어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다른 어떤 산업도 도서 산업과 같은 정책을 펴지 않는다. 탐색 및 체험 기회를 늘리는 것은 먼저 소비자의 필요에 따른 상품을 제작하고 이를 알리고자 할 때나 유효한 전략이다. 먼저 책은 도서관에서 보거나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정당한 가치를 지불하기 위해 구입해서 보아야 한다는 인식을 주어야 한다. 오히려 책에 대한 체험의 기회를 줄이고 전문가 서평이나 도서판 로튼토마토와 같은 유저 리뷰 사이트 등의 정보 제공 채널을 늘리는 편이 올바른 접근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도서 정가제 등 인센티브 구조를 외면한 탁상행정식 정책이 사라지고, 다양한 가격 정책과 e-book 등 새로운 유통 플랫폼의 활성화를 시도하게 해야 한다. 책의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실물 책에 대한 체험 기회가 적기 때문이 아니다. 문자를 이미지와 영상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가장 재생 난이도가 높은 동영상마저도 온라인, 모바일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이다. 아무리 서점에서 책을 제공하더라도 항상 쥐고 있는 휴대폰보다 접근성이 높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잡지나 신문 등 구독 활자 매체들은 기존 인쇄매체와 인터넷판을 결합하여 판매하고 있다. 책을 구입할 때 e-book과 번들링한 버전을 선택할 수 있는 등 근본적인 제품의 특질 변화를 자유롭게 시도하게 해야 한다. 단순한 체험 기회의 증대로는 수요를 변화시킬 수 없음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서점이 살아야 출판사가 사는 것이 아니며, 출판사가 양질의 책을 만들어내야 유통상인 서점이 득을 보는 것이다. 휴대폰 제조사가 휴대폰을 잘 만들어야 유통 대리점들이 많은 수익을 얻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책은 반대로 되어 있다. 체험 기회를 주다가 대량의 리퍼폰을 제조사에 떠넘겨 부담을 주고 원가 절감 압력을 통해 질을 떨어뜨리는 상황이다. 더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이 품질이 떨어진 책들조차 – 접힌 부분이 생기거나 약간의 손 때가 묻은 책들 – 할인판매할 수 없게 막아둔 도서정가제이다. 악성재고를 만들게 하고 덤핑조차 못하게 한다.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없는데 판촉행사만 많이 한다고 물건이 잘 팔릴 리가 없겠다.

대형서점의 역할이 줄어들고 저자, 출판사와 정부가 협력해야 한다. 책의 긍정적 외부효과에 주목해 도서관에 들어가는 책과 e-book에도 인센티브가 생기는 제도 등을 고민해야 한다. 그것만이 책이라는 재화의 본질에 역행하지 않고 독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여 산업을 유지하는 방법일 것이다.

로봇은 세금을 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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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는 쿼츠와의 인터뷰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로봇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세금을 냅니다. 기계는 세금을 내지 않죠. 그런데 로봇은 인간을 대체해버립니다. 그렇다면 어쩌면 기존의 기계와 달리 로봇(휴머노이드를 떠올려봅시다)들은 세금을 내는게 옳은 것 아닐까요?

게이츠의 주장은 정확히는 공장 자동화에 대해 세금을 물려 세원을 확보하고 그 재원을 이용해 사람이 좀 더 우월한 영역, 이를테면 노인이나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러한 세금을 물리게 되면 공장의 자동화는 늦춰지게 됩니다. 기업은 한계적으로 의사결정하고 세금을 내야 한다면 로봇의 가치는 작아질테니까요. 그리고 빌 게이츠는 이 ‘자동화 감속’에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득분배에 대해 이야기하며 기업이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정부가 나서야 함을 다시 한 번 역설하고 있습니다.

아마 게이츠의 주장은 불평등 문제나 산업구조의 변경으로 발생하는 많은 새로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재원을 기존의 방법으로 마련하기 어려우므로 아직 이해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 파레토 효율의 개념을 연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 영역에서 재원을 마련하자는 현실적 문제와 결부되어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잘 알려진 마술같은 개념적 트릭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게이츠의 원문 주장에 깔려있는 경제학적 근거는 어떤 것일까요? 우리 시대 최고의 혁신을 이끈 기업가가 혁신의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할 때는 비단 분배 목적의 구호뿐 아니라 나름의 통찰이 있을 것입니다.

Tyler Cowen은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행복에 대한’ 외부효과라고 말합니다. 가장 먼저 고려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인간에 대한 돌봄이 증가하게 된다면 이는 낮은 기계대체율로 인한 비효율을 커버할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책이나 교육, 백신 서비스가 대표적입니다. 이들 긍정적 외부효과를 가진 재화들은 흔히 시장에서 사회 최적 수준으로 공급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나서 낮은 가격에 교육, 백신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로봇을 인간의 노동으로 대체하는 대신 천연자원 등으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이는 혁신만 늦추고 실제 긍정적인 고용효과나 일자리 창출을 만들어내지 못합니다. 로봇에 세금을 매겨 혁신을 포기하는 대가로 기업이 추구하지 않는 국가 전체의 ‘인간의 행복’ 을 원했는데, 로봇에서 도피하여 다른 곳에 도착한다면 기업의 최적 선택만 방해한 꼴입니다.

결과는 로봇, 인간노동, 다른 대체 생산요소의 탄력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로봇에 대한 탄력성이 높으면 높을수록 효과도 뛰어날 것입니다.

실증 결과는 어떨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계의 생산성이 올라가고 대체되어왔음을 상기해야합니다. 결국 로봇은 필수적인 자본재가 될 것입니다. 이 말은 로봇에 대한 수요 탄력성은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지금까지도 기계와 사무 자동화 기기는 수없이 등장해왔습니다. 로봇만이 특별취급 받아야할 이유가 있을까요?

모든 경제주체는 한계적으로 생산합니다. 오래동안 이어져온 노동-자본의 7:3 내지는 6:4 비율 생산 기여가 깨지게 될 때 부의 격차는 커지게 되지 않을까요? 이를 위해 과세 구조를 급격하게 변경하는 것은 생산 위축을 가져와 조세의 총 수입량 자체를 줄여버리는 ‘하향 평준화’를 낳을 수 있습니다.

외부효과에 대한 고민은 실증적(emprical)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로봇을 새로운 조세 영역으로 선제적 확보, ‘인간 특화형’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생산요소의 효율성 관점에서도 마찰적 실업의 기간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동통신시장이 처음 등장했을 때 정부가 기존에는 사용하지 않던 주파수를 천연자원으로 규정, 판매해 연간 수조 원의 세입을 확보한 것을 떠올려야 합니다.

여기까지 온다면 질문을 논의를 축약한 하나의 아이러니컬한 문장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로봇은 인류 앞에 내려온 새로운[우리 모두가 누리는] 자원에 가까울까요? 아니면 기존의 노동을 대체하는 자본재에 불과할까요?

핵심은 의외로 철학적 문답이 아니라 로봇이 가지는 실증적인 노동 대체율일지도 모릅니다.